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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⑤ 민법(하)
내용
Ⅶ.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책임의 제한여부

1. 대판?2014. 3. 13,?2013다34143에서는 이른바 제한적 원상회복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택지 분양권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이 있은 후에 피고가 A에게 이 사건 택지에 관한 수분양자 명의변경 절차를 마침으로써, 원고 앞으로 수분양자 명의변경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교부받은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서류들을 스스로 잘 관리하지 않고 이를 B에게 맡겨두는 바람에 피고가 B에게 이 사건 분양권을 전매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고서 A 앞으로 수분양자 명의변경 절차를 마쳐주게 되었다. 원고는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피고에게 지급한 매매대금 1억4500만원의 반환을 구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를 인정하고 신의칙과 공평의 원칙을 고려하여 피고의 원상회복책임을 매매대금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이 원상회복책임을 제한하는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매매대금 기타 급부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않고(대판 1997. 1. 24, 96다40714 참조), 계약 해제의 원인이 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해제자가 원인의 일부를 제공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따라 과실상계에 준하여 원상회복청구권의 내용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사항은 이유 부분이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 채권자가 가지는 급부반환청구권이 채무불이행의 원인을 일부 제공하였다는 등의 사유를 이유로 제한된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관계는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던 것과 같은 상태로의 복귀를 내용으로 한다. 이를 별다른 근거 없이 제한적 원상회복으로 축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부동산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반환할 의무, 즉 금전지급의무에 대해서는 과실상계에 준하여 처리하는 것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없지만,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의무나 목적물반환의무에 대해서는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그 일부(또는 지분)의 말소나 인도를 하도록 하는 것은 곤란한 문제가 있다. (3) 우리 법은 계약의 무효·취소 기타 효력불발생의 경우 일반에 대하여 그로 인한 계약관계의 원상회복에 관하여 신의칙 또는 공평 원칙의 적용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 (4) "실정의 법제도는 오랜 세월의 정련된 사고(思考)와 구체적인 적용 및 이에 대한 반성을 거쳐 신중하게 마련된 것으로서, 실제로는 내용이 막연한 신의칙 등보다 더욱 현명하고 공평한 것이다."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는 과실상계 규정이 적용된다(제396조, 제763조).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은 무과실책임으로서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되지 않지만,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매수인의 잘못을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 데 참작하기도 한다(대판 1995. 6. 30, 94다23920). 나아가 이사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의 제한을 인정하는 판례가 있다(대판 2004. 12. 10,?2002다60467, 60474; 대판 2005. 10. 28, 2003다69638 등). 손해배상의 경우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드물지 않게 손해배상의 범위나 액수를 정하는 단계에서 공평의 원칙에 따라 감액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당이득반환이나 원상회복의 경우에는 근거 없이 책임의 일부만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민법의 기본태도라고 할 수 있다.

Ⅷ. 종류물매매에서 완전물급부청구권 행사의 제한

1. 대판 2014. 5. 16, 2012다72582에서는 종류매매에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의 완전물급부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원고는 2010년 10월 1일 코오롱글로텍 주식회사(이하 코오롱글로텍이라 한다)로부터 2010년형 BMW 520d 자동차 1대를 6,240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0년 10월 10일 코오롱글로텍으로부터 자동차(이하 이 사건 자동차라 한다)를 인도받았다. 원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받은 지 5일이 지난 2010년 10월 15일 위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점검결과 계기판 자체의 기계적 고장(이하 이 사건 하자라 한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원심은 완전물 급부의무를 구하는 원고의 권리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거나 권리남용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보아, 코오롱글로텍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한 피고 코오롱글로벌 주식회사에 대하여 신차의 인도 등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매매목적물의 하자가 경미하여 수선 등의 방법으로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반면 매도인에게 하자 없는 물건의 급부의무를 지우면 다른 구제방법에 비하여 지나치게 큰 불이익이 매도인에게 발생되는 경우와 같이 하자담보의무의 이행이 오히려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완전물급부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함이 타당하다."

2. 이 판결은 종류매매에서 매수인의 완전물급부청구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판단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그런데 완전물급부청구권을 제한하는 근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문제된다. 결론적으로 민법 제2조에서 정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판결에서 말하는 공평의 원칙은 신의칙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이 판결의 원심은 원고의 완전물급부청구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완전물급부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제한의 근거를 공평의 원칙에서 찾을 것인지 신의칙에서 찾을 것인지에 따라 구체적인 결론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이 판결은 "하자담보의무의 이행이 오히려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 완전물급부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된다고 한다. 그 예시로서 "매매목적물의 하자가 경미하여 수선 등의 방법으로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반면 매도인에게 하자 없는 물건의 급부의무를 지우면 다른 구제방법에 비하여 지나치게 큰 불이익이 매도인에게 발생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

나아가 이 판결은 매수인의 완전물급부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제한 여부를 매매목적물의 하자의 정도, 하자 수선의 용이성, 하자의 치유가능성 및 완전물급부의 이행으로 인하여 매도인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정도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완전물급부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것인지 여부는 개별사안마다 하자담보의무의 이행이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완전물급부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제한은 이익형량을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 완전물급부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매도인에게 과도한 비용이 드는 경우를 비롯하여 매도인에게 합리적으로 완전물급부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Ⅸ. 카지노 출입제한 및 베팅한도 규정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1. 대판(전) 2014. 8. 21, 2010다92438은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자의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것이다. 원고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33회에 걸쳐 피고(강원랜드)의 카지노에 출입하여 회원용 영업장에서 주로 바카라 도박게임을 하다가 231억 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 원고는 피고가 베팅한도액을 제한하거나 출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위반하여 위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였다.

원심은 피고가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판례를 변경한 것이 아닌데도 전원합의체 판결로 나왔다. 카지노 회사의 보호의무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견해가 나뉘어졌다. 출입제한규정 위반행위에 관해서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7:6으로 팽팽하게 대립하였고, 베팅한도액 제한규정 위반행위에 관해서도 대법관 2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2. 이 사건에서 카지노 회사가 출입제한 규정과 베팅한도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카지노이용자가 카지노에서 돈을 더 많이 잃게 된 경우에 카지노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문제되고 있다(상세한 것은 김재형, "법규 위반과 불법행위책임 ?카지노 베팅한도 및 출입제한 규정 위반을 중심으로-", 판례실무연구[?](상), 2014, 674면 이하). 이처럼 사안이 매우 특수한 것이지만, 이 판결은 구체적인 결론의 당부를 떠나 불법행위법상 보호의무에 관한 가장 중요한 선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이례적으로 민법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하여 구체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한 주요한 근거를 자기책임의 원칙에서 찾고 있는데, 이 원칙을 민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과 과실책임의 원칙에서 도출하고 있다.

사적 자치의 원칙과 과실책임의 원칙은 민법의 기본원리로서 당연한 전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유를 통해서 사안에 적용할 직접적인 법규정이 없는 경우에 법의 원리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카지노 회사의 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이러한 법적 공백상태를 메워주는 것이 법의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법의 원리에 해당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자기책임의 원칙도 절대적인 명제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하고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신의성실이나 사회질서 등을 위하여 제한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예외적인 상황에서 카지노사업자의 카지노 이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떠한 경우에 위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3. 출입제한규정 위반행위에 관해서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에 견해 차이가 크지 않다. 다수의견도 출입제한규정을 위반한 경우라면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여지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카지노 이용자의 아들이 전화로 출입제한 요청을 철회하였다고 하면서 적법한 출입제한 요청조차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카지노 회사의 출입제한규정 위반을 부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은 위와 같은 출입제한 요청의 철회가 효력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출입제한규정 위반행위에 관해서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출입제한 요청의 철회 여부라는 아주 작은 쟁점에서 의견이 엇갈렸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카지노 회사가 출입제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베팅한도액 제한규정에서 보호의무를 도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베팅한도액 제한 관련 법령의 성격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행정법령에 불과하다고 본 반면, 반대의견은 카지노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본 것이다. 영업제한규정 중 1회 베팅한도를 제한하는 규정은 일차적으로 과도한 사행심 유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이 일반 공중의 사행심 유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에서 나아가 카지노 이용자 개개인의 재산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Ⅹ. 담배소송

1. 대판 2014. 4. 10, 2011다22092는 담배소송에 관한 것이다. 흡연자나 그 가족들이 1999년 흡연으로 폐암 또는 후두암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과 주식회사 케이티앤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014년에 비로소 이 판결이 선고되었으니, 15년 만에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주요 쟁점인 제조물책임에서 결함의 인정여부와 인과관계의 존부 등에 관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 담배소송에서 원고들이 제조물의 결함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만 표시상의 결함에 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가령 세계보건기구(WHO)가 1975년 6월 1일 담배에 "흡연은 당신의 건강에 해롭습니다(Smoking is dangerous to your health)"라는 경고문구를 표시할 것을 권고하였는데도, 피고 대한민국이 1976년 1월 1일부터 제조담배의 담뱃갑 옆면에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라는 문구를 표시한 것이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다. 위 문구는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989년 12월 17일부터는 담뱃갑 옆면에 "경고 :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경고문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3.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도 판단을 하고 있다. 이 판결은 이른바 고엽제소송에 관한 대법원 판결(대판 2013. 7. 12, 2006다17539)에서 제시한 기준을 그대로 인용한 다음,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또한 대판 2014. 9. 4, 2011다7437은 자동차배출가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것인데, 역학적 상관관계에 관하여 유사하게 판단하고 있다).

어느 위험인자와 어느 질병 사이에 통계적으로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역학적 상관관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때 인과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상관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역학적 연구는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위험인자와 질병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는지, 즉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분석의 결과 위험인자와 질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 위험인자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역학적 상관관계와 개별적 인과관계는 구분해야 한다.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되더라도 위험인자와 개인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려면 위험인자와 질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 또는 법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위험인자와 질병 사이에 통계적인 상관성이 있더라도 원고들의 질병이 그 위험인자로 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비특이성 질환을 특이성 질환과 구별하여 판단하고 있다.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 역학적 상관관계는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면 그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그칠 뿐이다. 따라서 특정 위험인자와 그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그 질병에 걸린 원인이 그 위험인자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인자에 노출된 개인 또는 집단이 그 외의 다른 위험인자에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다른 일반 집단을 대조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그 위험인자에 노출된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서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린 비율을 상당히 초과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위험인자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발병시기,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그 위험인자에 의하여 그 비특이성 질환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비특이성 질환의 경우에 위험인자와 질병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을 증명하고 원고 개인에 관한 요소들을 추가적으로 증명함으로써 그 위험인자에 의하여 원고 개인에게 그 비특이성 질환이 유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해소송에서 인정되었던 개연성 이론(대판 1974. 12. 10, 72다1774)을 담배소송의 특성에 맞게 변형하여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필요한 것인지를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에서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인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흡연을 하였다는 사실과 위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담배소송에서 제조물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결함과 흡연자들의 폐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흡연자들이 담배의 결함이나 흡연과 폐암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법원은 담배의 결함도 인정되지 않고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들은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하여 역학적 자료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원고들이 질병이 걸린 원인이 그 위험인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도 흡연자들이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제조물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찾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직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경우에는 흡연자 개인이 제기한 소송들과 다른 법적 쟁점들이 있다. 따라서 담배소송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 혼인파탄 후 제3자와의 성적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1. 대판(전)?2014. 11. 20,?2011므2997은 혼인파탄 후 제3자와의 성적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것이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그 시점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대립한다.

다수의견은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 반면, 별개의견은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부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이혼의사를 전달받았거나, 그의 재판상 이혼청구가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라 이혼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혼인관계의 해소를 앞두고 있는 경우"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2. 이 사건의 쟁점은 혼인파탄 후 부부 일방이 제3자와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혼인이나 이혼에서 실체를 중시할 것인지 아니면 형식을 중시할 것인지, 이혼사유로 유책주의를 유지할 것인지 파탄주의를 인정할 것인지, 형법상 간통죄의 위헌성에 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관들의 견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첫째, 다수의견은 법률혼의 존부가 아니라"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편의상 실질설 또는 실체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법률혼주의와 일부일처제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여부가 문제되고 있기 때문에, 부부공동생활이나 그에 대한 배우자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가 관건이고 법률혼주의나 일부일처제도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판례상 이혼사유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은 이 시점에서 다수의견이 종전의 판례와 모순되는지 문제된다. 부부는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성적(性的) 성실의무를 부담하지만,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특히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민법 제840조에서 재판상 이혼 사유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다수의견에 따르면 간통죄와 관련하여 법체계상 모순되는 결과가 발생하는지 문제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간통죄에 의한 형사적인 처벌과 제3자의 부부의 일방과의 성적 행위로 인한 민사적인 불법행위책임은 그 제도의 입법 목적과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항상 동일한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한다. 간통죄가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면, 간통죄로 형사처벌을 하면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체계적합성이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다수의견의 결론은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간통죄의 위헌성에 관한 논쟁까지 언급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이 판결 이후인 2015년 2월 26일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판결은 간통죄 위헌을 예견한 판단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출처 : 법률신문[201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