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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4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④ 민법(상)
내용
Ⅰ. 서론

한해가 가면 새해를 떠올리고 새해가 되면 지난해를 떠올린다. 2014년의 대법원은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내놓은 판결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2014년에도 대법관들의 의견이 어우러진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비롯하여 그보다 무게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중요한 판결들이 많이 나왔다. 재산분할의 대상에 장래의 퇴직금채권과 공무원 연금수급권을 포함시킨 대법원 판결은 재산분할제도를 진일보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주체에 관한 판결로 은행거래약관의 관련 조항에 관한 혼선이 일단락되었다. 담배소송 판결, 자동차배출가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결, 카지노 사업자의 이용자에 대한 보호의무에 관한 판결, 완전물급부청구권 행사의 제한에 관한 판결 등은 새로운 유형의 분쟁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거나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혼인파탄 후 제3자와 부부 일방의 성적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결은 간통죄의 위헌여부나 이혼사유에 관한 파탄주의 채택여부에 하나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법률의 해석이나 민법의 기본법리에 관하여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는 많은 판결들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지난해에 나온 주요 민법 판례를 몇 개 소개하고 의견을 간략하게 덧붙여 보고자 한다.

Ⅱ. 무권대리인의 상대방에 대한 책임

1. 민법 제135조 제1항(이하 민법의 조항은 법률의 명칭을 기재하지 않고 조항만으로 인용한다)은 무권대리인의 상대방에 대한 책임에 관하여 "타인의 대리인으로 계약을 한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상대방의 선택에 좇아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해서는 법정의 무과실책임이라는 견해가 많지만(곽윤직·김재형, 민법총칙, 제9판, 2015, 380면), 과실책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김증한·김학동, 민법총칙, 제10판, 2013, 580면)도 있다. 대판 1962. 4. 12, 4294민상1021은 제135조 제1항을 무권대리인의 무과실책임 원칙에 관한 규정이라고 하였는데, 민법 제135조 제2항에 관한 증명책임이 문제되었고 제135조의 책임이 무과실책임인지 여부가 쟁점은 아니었다.
2. 대판 2014. 2. 27, 2013다213038은 "무권대리인의 상대방에 대한 책임은 무과실책임"이라고 하면서 "대리권의 흠결에 관하여 대리인에게 과실 등의 귀책사유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무권대리행위가 제3자의 기망이나 문서위조 등 위법행위로 야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부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이로써 대법원은 위 책임의 법적 성질이 무과실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례는 제135조에 관한 정당한 해석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언해석에 따르면 무권대리인의 상대방에 대한 책임은 무과실책임이라고 보아야 한다. 제135조 제1항의 문언상 무권대리인의 책임 요건에 고의 또는 과실 요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채무불이행책임에 관한 제390조와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제750조는 모두 고의 또는 과실을 요건으로 함으로써, 과실책임의 원칙을 손해배상에 관한 일반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들에서 정한 요건이 손해배상에 관한 모든 규정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규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조문의 체계나 책임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요구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무과실책임으로 보아야 한다(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무과실책임이라고 한 대판 1995. 6. 30, 94다23920 등 참조). 특히 제135조 제2항에서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또는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사람이 제한능력자일 때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함으로써, 상대방의 고의 또는 과실을 무권대리인의 책임에 대한 소극적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제135조 제1항에서 무권대리인의 고의 또는 과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무권대리인의 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제2항에서 고의 또는 과실을 언급한 상태에서 제1항에 따른 책임을 과실책임으로 정하려고 한다면 제1항에서도 고의 또는 과실을 요건으로 정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무권대리인은 본인을 확인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비하여 본인을 확인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본인 또는 의뢰인이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상대방이 아니라 무권대리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문언해석뿐만 아니라 체계적 해석과 목적론적 해석에 비추어볼 때에도 무권대리인의 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본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물론 무권대리인의 책임이 과중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입법적 선택의 문제이고 그 개선이 필요하다면 민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Ⅲ. 체납처분압류 후에 취득한 유치권의 효력

1. 민법과 상법에서 유치권에 관해서는 유치적 효력을 인정하였을 뿐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은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함으로써, 저당권 등 다른 담보물권과는 달리 이른바 인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리하여 유치권자는 사실상 최우선변제권을 가지고 있는 결과가 되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문언 그대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유치권의 효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근거를 압류의 처분금지효에서 찾는 경우도 있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서 찾는 경우도 있고, 상사유치권에 관한 규정의 축소해석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기준과 범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판(전) 2014. 3. 20, 2009다60336에서는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이하 체납처분압류라고 한다)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경우 유치권의 행사를 긍정하고 있다. 즉,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되기 전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이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있다.
2. 반대의견은 유치권의 효력을 최초로 제한한 2005년 대법원 판결에서 출발한다. 대판 2005. 8. 19, 2005다22688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강제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무자가 위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그와 같은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고, 이는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논리를 체납처분압류에 적용한 것이다.
반대의견은 압류의 처분금지효에서 압류라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하여 반대의견은 압류에 의하여 금지되는 처분의 개념을 확대하여 가령 유치권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목적물을 인도하는 행위를 포함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압류의 경우에 처분금지효가 있는데도 압류의 경우와 달리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하지 않는 판례(대판 2011. 11. 24, 2009다19246)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3. 다수의견은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것은 긍정하지만, 그 제한의 범위가 체납처분압류의 경우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의견이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기하여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한 판례(대판 2011. 12. 22, 2011다84298)를 따르고 있지는 않다. 민사소송법 제91조 제5항의 의미를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문언의 의미보다 좁게 해석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에는 개별적인 사안마다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경매절차에서 압류를 기준으로 그 이후에 유치권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체납처분압류는 압류보다는 가압류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유치권의 효력 제한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가압류의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체납처분압류 후 공매절차의 진행이 임박하였거나 공매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공매절차의 안정성을 이유로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Ⅳ.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주체에 관한 약관의 효력

1. 대판?2014. 6. 12,?2013다214864는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사건에 대한 것으로,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근저당권설정자인지 근저당권자인지가 문제되었다. 원고들이 은행인 피고들로부터 부동산담보 대출을 받으면서 피고들이 미리 마련하여 제시한 대출거래약정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계약서에는 "근저당권설정 절차에 드는 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약정서 작성에 따른 인지세는 본인, 은행, 각 50%씩 본인과 은행의 난에 각 □를 두고, 등록세, 교육세, 국민주택채권매입, 법무사수수료, 저당권 해지에 따른 말소 비용, 감정평가수수료 등은 그 비용 항목별로 채무자, 설정자, 채권자 난으로 나누고 이에 각 □를 두어, 각 난의 □ 안에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그 정한 바에 따라 해당 비용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조항(이하 이 사건 비용부담조항이라 한다)이 있었다. 원고들은 명시적으로 그 조항에서 자신이 부담하는 난에 ∨표시를 하거나 묵시적으로 이와 같은 취지로 약정하여 해당 비용을 부담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비용부담조항에 의하여 원고들이 부담한 인지세 및 근저당권설정비용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반환을 구하는 원고들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결하였다.
2. 먼저 이 사건 비용부담조항에 의하여 이루어진 계약 내용이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합의에 의한 개별약정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이러한 약관에서 개별약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교섭 또는 흥정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판결은 "이 사건 비용부담조항에서 정한 선택 항목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이 피고들과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그 비용 부담자 및 부담 정도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후 개별적인 교섭 또는 흥정을 거쳐 이 사건 비용부담조항에서 제시된 제한적인 선택 항목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그 내용을 변경함으로써 원고들의 이익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음에 관한 개별·구체적 사정이 있어야 하며, 그 사정은 피고들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이와 같은 유형의 약관에 대하여 대법원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다음으로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주체에 관한 약관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6조에 따라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볼 것인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비용부담조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이나 이와 동일한 이 사건 비용부담조항이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약관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가 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련 행정사건의 판결(대판 2010. 10. 14, 2008두23184와 환송 후 원심판결인 서울고판 2011. 4. 6, 2010누35571)에서 이 사건 표준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지만, 이는 구 약관규제법 제19조의2 제3항 내지 제5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표준약관 사용권장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판단일 뿐 약관조항의 사법적 효력에 관한 약관규제법 제6조 소정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아니다. 표준약관 사용권장처분의 근거조항인 약관규제법 제19조의2 제3항과 약관조항의 사법적 효력에 관한 약관규제법 제6조의 입법취지와 규율대상이 다르다. 따라서 이 사건 표준약관에 있는 근저당권설정비용 부담주체 선택에 관한 조항이 구 약관규제법 제19조의2 제3항 소정의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여 개정 표준약관 사용권장처분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 약관조항이 그 사법적 효력을 부인해야 할 정도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한다는 것은 아니다.
4. 이 사건의 실체는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주체에 관한 문제이다.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한 비용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근저당권설정비용에 관하여 합의가 없는 경우에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대판ㅤ1962. 2. 15,ㅤ4294민상291은 "저당권 설정등기에 있어서 당사자 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그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함이 거래상 원칙"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양도담보 등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판결들이 있다(대판 1972. 1. 31, 71다2539; 대판 1975. 5. 27, 75다235; 대판 1981. 7. 28, 81다257 등). 학설에서는 채무자가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다(곽윤직?김재형, 물권법, 제8판 보정, 2015, 437면).
은행의 대출거래는 영리를 위하여 여신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신용만으로 대출받는 경우보다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대출을 받을 때 더 많은 액수의 금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대출거래에 대한 위험이 줄어들어 더 낮은 이자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담보대출거래의 수익자는 대출을 받는 고객이기 때문에 근저당권설정비용은 고객이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Ⅴ.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고지의무 위반

1. 재산적 거래관계에서도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되는 사건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고지의무에 관한 다음의 두 판결을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대판 2014. 4. 10, 2012다54997은 매매거래에서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고지하지 않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한 경우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즉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여 매도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였다.
(2) 대판 2014. 7. 24, 2013다97076은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그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그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라고 하고, 다만 "이때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2. 위 두 판결에서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되고 있지만, 그 상황은 다르다. 위 (1) 판결은 부동산거래에서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고지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매수인은 시가에 대하여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위 (2) 판결에서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취소권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지만, 그것이 인정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들고 있다.
3. 민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과 계약자유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계약의 내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무조건 무효인 것이 아니다.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경우에 한하여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른바 정당한 가격(iustum pretium)의 이론, 즉 매매대금 기타 계약상의 대가는 계약목적물의 객관적 가치에 상응하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계약은 그 이유만으로 그 효력이 제한된다는 이론은 인정되지 않는다(대판 2010. 7. 15, 2009다50308). 따라서 매도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그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그러한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종전에 대법원이 고지의무의 인정기준으로 별다른 제한 없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대판 2006. 10. 12, 2004다48515; 대판 2007. 6. 1, 2005다5812, 5829, 5836), 이러한 기준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여기에는 판례에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목적물의 시가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2) 판결에서는 매매의 효력이나 매매에 따른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와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사정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고지의무의 인정범위를 한정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지의무가 없다고 하고 있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고지의무 또는 정보제공의무가 인정되는 이유는 정보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인식은 고지의무 위반의 한계를 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Ⅵ. 변제자대위에서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사이의 관계

제482조 제2항은 대위자 상호 간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으나, 물상보증인과 제3취득자 간의 관계를 정하고 있지 않다.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경우,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출재한 전액에 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는지, 아니면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서만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대판(전) 2014. 12. 18, 2011다50233은 "물상보증인이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과 마찬가지로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구상권의 범위 내에서 출재한 전액에 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는 반면, 채무자로부터 담보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는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더라도 물상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따라 담보부동산을 매수한 제3취득자는 물상보증인에 대하여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한 종전의 판례(대판 1974. 12. 10, 74다1419)를 폐기하고 있다.
제370조, 제341조에 따르면 물상보증인이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가진다. 물상보증인이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변제자대위에 관해서도 원칙적으로 보증인과 동일하게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변제자대위권은 구상권의 효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유사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법률신문[201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