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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무부, 검찰] 조견표·점검표까지…성폭력 관련법, 판·검사도 혼란스럽다
내용
충격적인 사건 발생 때마다 법정형·구성요건·시효 등 바꿔
조견표 등 실무 매뉴얼 법률 개정 때마다 새로 손질 불가피
"전문가도 헷갈리는 대표적 분야… 단일법으로 통합 바람직"

'성폭력 범죄 조견표'와 '성폭력사건 처리 점검표', '공소시효 계산기'(사진).
성폭력범죄 담당 검사들이 문방사우처럼 항상 곁에 두고 있는 실무 매뉴얼들이다. 법무부나 검찰이 공식 제작하고 공급하진 않는다. 검사들이 손수 만든 이른바 '비공식 매뉴얼'이다. 그러나 수사엔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것들이다. 법전에서 적용 법조문을 찾을 수 있는 다른 형사사건들과 달리 성폭력범죄는 관련 법률이 많고 각기 다른 시기에 자주 제·개정돼 판사, 검사들조차 혼란을 겪고 있다. 학계에서는 "법률 전문가들도 혼란스러워할 정도면 국민들은 더욱 어려워 규범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폭력범죄 관련 법률을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속 생기고 바뀌는 법률= 현행 성폭력범죄와 관련 법률은 △형법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이처럼 비슷한 법이 산재하는 이유는 관련 사건이 많아지고 유형도 다양해지면서 특별법이 자주 생기고 바뀌기 때문이다. 2008년 조두순 사건과 2011년 영화로 재조명된 도가니 사건 등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법정형과 구성요건(형법상 금지되는 행위)을 추가하는 식으로 법률이 제개정됐다. 2010년 만들어진 성폭력처벌법은 도가니 사건 이후 장애인 보호시설 종사자가 가해자인 경우 가중처벌할 수 있게 했고, 성폭력 피해자가 아동이나 장애인인 때에는 공소시효를 없앴다. 또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법 개정 전의 사건에도 소급 적용시키는 한편 친족의 범위도 확대하며 10번이나 개정됐다. 2000년 여성가족부 주도로 만든 청소년성보호법은 2013년 친고죄 규정과 고소기간을 1년으로 한 특례규정을 삭제하는 등 15년간 모두 30번 개정됐다. 같은 해 민법 개정으로 성년 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바뀌면서 '미성년자가 성년이 되는 날로부터 10년'을 기산하는 공소시효도 달라졌다.

 

◇손수 '실무 매뉴얼' 제작= 성범죄 관련 법률이 워낙 많고 복잡해 조견표 등 실무를 위한 각종 매뉴얼까지 등장하고 있다. 성폭력 사건 전담 검사들이 실수를 줄이고 여러 법률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다른 검사들도 볼 수 있도록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렸다. 조견표는 피해자의 연령과 가해자의 범죄유형별로 적용 가능한 법률과 형벌을 분류해 1장에 담았다. 신상정보 공개명령과 같은 부가처분이나 친고죄, 공소시효의 변동을 정리한 '유의사항'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공소장을 제출하기 전에 '체크리스트'로 표시하는 점검표는 적용법조와 연령·장애여부,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여부, 증거확보 여부, 부가처분 중 빠뜨린 것이 없는지를 표시하는 데 쓴다. 김덕길(50·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장은 "성폭력사건만 전담하는 검사는 법전과 매뉴얼을 함께 보니 헷갈리지는 않지만, 경찰 수사단계에서는 종종 혐의가 잘못 적용돼 송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면 매뉴얼도 고쳐야 한다. 법률 제개정 내용을 포함시켜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고, 기존 점검표와 공소시효 계산기 프로그램도 고쳐야 한다.

◇판사들도 '혼란'=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성폭력 관련 법률은 판사들조차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 매년 인사 이동 뒤 열리는 성폭력재판 전담법관 연수의 참석률이 다른 연수보다 높다"고 말했다. 특히 전자발찌 부착명령과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을 소급적용하기 위해 부칙에 관련 규정을 잔뜩 넣어 법체계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논란의 여지도 많아 실무가 일관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설명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공개·고지명령을 내릴 때 심문을 다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공시송달 규정이 없어 피고인이 연락이 안 될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명확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성폭력전담부의 한 부장판사는 "부칙을 다시 부칙으로 개정하면서 소급청구로 적용범위를 바꾸는 처벌규정을 넣기도 해 부칙을 언제부터 시행하는 것인지 혼란이 있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법원은 지난해 3월 성범죄재판실무편람을 만들었다. 이 편람은 공개·고지명령과 각종 공소시효 등을 범행시기와 시행법률, 근거법률 등으로 나눠 표로 정리했다. 법원은 편람에서 "성폭력처벌법과 청소년성보호법은 성폭력범죄와 성범죄에 관한 정의규정뿐만 아니라 형벌과 부가처분, 공소시효와 친고죄 등 소추 요건, 재판절차상 특례 등에 관한 규정이 여러 차례 개정돼 개정 전후 법률 중 어느 것을 적용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하며 관련 매뉴얼을 담았다.

◇학계, "형법으로 통합해야"= 학계에서는 "법률이 여러 개로 흩어져 있으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법은 국민들에게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줘 예방효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성범죄 관련법은 법률 전문가들마저 헷갈리니 일반 국민들은 더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성폭력 관련 법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단일법으로 묶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률을 통합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지연·장혜진 기자>

[출처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