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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논란' 많은 약식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내용
"밑져도 본전" 인식, 10명 중 1명 정식재판 청구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아 주점을 운영하던 A씨는 2012년 1월 여성 접대원을 고용한 사실이 적발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1개월 처분과 함께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후 정식재판을 청구해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지만 지난해 5월 벌금형이 확정됐다. 벌금 50만원의 경미한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대법원을 포함해 무려 2년4개월 동안 법원 심리가 진행된 셈이다. 관여한 법관도 약식재판 판사, 1심단독 판사, 2심 합의부 판사 3명, 대법관 4명 등 모두 9명에 이른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큰 이유는 벌금형 등 약식사건에서도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A씨처럼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법원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 때문에 벌금 50만원 이상을 선고할 수 없다.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을 위해서도 A씨처럼 대법원까지 상소를 거듭하고 있다.

벌금이나 과료 등 비교적 가벼운 형에 해당하는 약식사건에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 형사소송법 개정때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남용 사례가 늘면서 한정된 사법자원을 낭비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항소비율 평균 25.1%에 상고비율은 40.7% 달해
"청구 악용·남용 경우 적절한 제재 수단 필요

실제로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이른바 '고정사건'의 비율은 1996년 1.8%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2년에는 14.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11.7%를 기록했다. 10명중 1명은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셈이다. 또 지난 6년간 고정사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비율은 평균 25.1%, 2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비율은 40.7%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법원에 계류된 상고심 사건 가운데 고정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28.6%나 된다.

정상철(43·사법연수원 31기)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전해철(53·19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은 충실히 보장돼야 하지만 정식재판 청구를 악용·남용하는 경우 적절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심지어 기결수들이 다른 교도소로 이감을 가기 위해 서로 사건을 조작하거나 허위로 고소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심의관은 "약식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한정된 사법자원을 선택·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서효원(36·35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도 "약식절차는 경미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더 중요한 범죄와 복잡한 사건에 형사사법 역량을 투입하기 위한 제도"라며 "선량한 시민들과 관련된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형이 높아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정식재판 청구를 악용하는 피고인들에게만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결과가 돼 법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인 김지미(40·37기) 변호사는 "불이익변경금지로 인해 정식재판청구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의 악용이나 남용이라 단정지을 근거가 희박하다"며 "입법자의 의도대로 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의 증가로 부실 심리의 위험이 있다면 재판 인력을 보강해야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